선적항 열량 기준 정산에 실제 품질 차이 반영 못 해…저열량 유연탄 2462만t 확인
이철규 의원, 유연탄 조달·품질관리 제도 개선 촉구…감사원 감사 청구 추진
국내 발전 5사가 특정 공급사에 유연탄 구매 물량을 집중하고, 실제 발전소에 반입된 석탄의 열량이 계약 기준보다 낮은데도 대금을 정산해 1143억원 규모의 추정 손실이 발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에서는 유연탄 조달 과정의 공정성, 발전사 품질관리 체계, 전력 생산 비용의 적정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철규 의원(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은 발전 5사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특정 공급사에 대한 물량 편중과 유연탄 품질관리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발전사들이 실제 하역장에서 검수한 열량보다 선적항에서 공급사가 제출한 열량을 기준으로 대금을 정산하면서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유연탄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주요 연료다.
석탄의 열량은 같은 양의 연료로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와 관련이 있어 구매 가격뿐 아니라 발전 원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계약 당시 제시된 열량과 실제 반입된 유연탄의 품질에 차이가 있다면 구매 기준과 정산 절차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전 5사가 수입 유연탄을 구매한 계약 중 83.2%가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이뤄졌다.
계약물량 기준으로는 83.3%에 달했다. 협상계약은 국제 석탄 시장의 가격과 수급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활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의원은 발전사들의 계약 운영이 특정 공급사에 구매 물량을 집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2026년 공급 현황에서는 서부발전을 제외한 남동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중부발전 등 4개 발전사에서 해당 공급사가 유연탄 공급 1위를 차지했다.
특히 남부발전의 인도네시아산 유연탄 구매에서 해당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약물량 기준 2022년 24.8%에서 2026년 75.1%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남부발전에 인도네시아탄을 공급한 업체 수도 11개에서 3개로 감소했다.
남동발전과 동서발전도 2026년 인도네시아산 유연탄 계약물량의 각각 69.1%, 71.7%를 해당 공급사로부터 구매했다.
이 의원은 특정 업체에 공급 물량이 쏠리면 공급사 간 경쟁이 위축되고 국내 중소 공급사의 시장 참여 기회도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구매 물량의 집중뿐 아니라 유연탄 품질관리와 대금 정산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이 의원이 해당 공급사의 인도네시아산 유연탄 계약 432건, 총 3317만t을 분석한 결과, 검수 중이거나 열량 정보가 기재되지 않은 건을 제외한 413건 가운데 324건에서 실제 발전소 하역장에서 검수한 열량이 선적항 제출 열량보다 낮았다.
비율로는 78.4%이며, 해당 물량은 총 2462만t으로 집계됐다.
선적항 제출 열량과 발전소 입하탄 검수열량의 차이를 계약물량으로 가중평균한 결과, 전체 평균 차이는 124.1kcal/kg이었다. 발전사별로는 동서발전이 158.4kcal/kg으로 가장 컸다.
남부발전은 142.3kcal/kg, 중부발전은 133.1kcal/kg, 남동발전은 96.5kcal/kg, 서부발전은 60.6kcal/kg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실제 발전소에 들어온 유연탄의 열량이 선적항에서 제출한 수치보다 낮은데도 선적항 열량을 기준으로 대금을 정산한 것이 손실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공급사가 납품한 인도네시아산 유연탄 한 품목에서 열량 차이에 따른 추정 손실비용이 1143억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는 의원실이 제출 자료를 분석해 산출한 추정치로, 손실 규모와 책임 소재는 추가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다.
재검증 절차의 실효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선적항 제출 열량과 하역장 검수열량에 차이가 발생하면 바이어 샘플과 외부기관이 감정하는 엄파이어 샘플을 활용해 재검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의원은 해당 절차에서도 발전소에 실제 반입된 유연탄이 아닌 선적항에서 공급사가 제출한 샘플을 기준으로 검수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공급사에 부과된 페널티는 한 건도 없었다.
광산이 보증한 열량보다 높은 수치로 계약한 사례도 확인됐다.
인도네시아 아다로(Adaro) 광산의 보증 열량은 4400kcal/kg이지만, 해당 공급사는 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과 4450~4650kcal/kg 수준으로 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있었다.
남동발전은 아다로 광산과 직접 거래해 이 분석에서 제외됐다.
해당 공급사가 나머지 4개 발전사와 체결한 아다로산 유연탄 계약 98건 가운데 81건인 82.7%가 광산 보증 열량을 초과하는 조건으로 체결됐다.
남부발전은 31건 모두 보증 열량보다 높은 조건으로 계약했다.
동서발전은 32건 중 31건, 서부발전은 25건 중 10건, 중부발전은 10건 중 9건이 이에 해당했다.
반면 실제 발전소에 반입된 아다로산 유연탄의 평균 검수열량은 4313kcal/kg으로 집계됐다.
이 의원은 이러한 계약 및 검수 방식이 공급사의 열량 산정과 실제 납품 품질 사이의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발전사들이 해당 차이를 인지하고도 묵인했는지, 계약과 정산 과정에서 부당한 특혜가 있었는지는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선적항에서 제출한 샘플을 기준으로 검수하고 해당 열량대로 대금을 정산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1143억원 규모의 추정 손실을 초래하고 저질탄 반입을 눈감아주는 면죄부가 됐다”며 환수 조치를 촉구했다.
이어 “발전소에 실제 유연탄이 들어오는 하역항을 기준으로 엄격하고 실질적인 품질관리와 정산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전 5사의 유연탄 구매 계약과 품질검수, 대금 정산 체계를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의원은 특정 공급사에 대한 물량 편중과 계약 열량 산정, 품질검수 및 정산 과정의 문제를 규명하기 위해 위원회 차원의 감사원 감사 청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의혹의 핵심은 유연탄 구매 과정에서 실제 납품 품질이 대금 정산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공정한 공급 경쟁이 유지됐는지에 있다.
향후 감사와 조사에서 계약별 품질 자료와 정산 내역을 검증하고 책임 소재를 확인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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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돈 기자(hizone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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