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단종비각, 비극의 군주를 기려, 역사와 전설이 겹친 성지로 남아
1955년 건립, 탄허 스님 친필 비문 새겨 역사적 상징성 더해...
단종 복위와 태백산 산신 전승 이어, 지역 기억과 국가 역사 교차...
태백산 망경대 뒤편 능선에 자리한 단종비각은 조선 제6대 임금 단종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운 추모 공간이다.
해발 고도가 높은 태백산 자락, 비교적 완만한 능선 위에 위치했다. 오랜 시간 지역민의 기억 속에서 상징적 장소로 자리해 왔다.
현재의 단종비각은 1955년 망경사 주지였던 박묵암 스님이 중심이 되어 건립했다.
한국전쟁 직후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단종을 추모하려는 뜻을 모았다.
건물은 목조 삼칸 겹집의 팔작지붕 형식으로 지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역사적 의미는 깊다.
비각 내부에는 ‘조선국태백산단종대왕지비’라 새긴 비문을 세웠다. 단종을 태백산과 연결해 기리는 상징성을 담았다.
비문 글씨는 당시 월정사 조실이던 탄허 스님의 친필로 남겼다.
탄허 스님은 20세기 한국 불교계를 대표하는 선승이자 학승으로 평가받았다.
한문 경전을 우리말로 풀이해 불교 대중화에 기여했다.
유·불·선을 아우르는 회통적 사유를 전개했다.
이러한 인물의 친필이라는 점에서 단종비각의 상징성은 더욱 깊어졌다.
계유정난과 사육신 사건 겪었다…영월 유배 끝에 비극적 죽음 맞아...
단종의 생애는 조선 전기 정치사의 격변과 맞닿아 있었다.
어린 나이에 즉위했다. 그러나 1453년 계유정난 이후 실권을 장악한 숙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상왕이 되었다.
이후 성삼문, 박팽년, 유성원 등으로 대표되는 사육신이 복위를 도모했다.
그러나 계획이 발각되어 처형되었다.
사육신 사건 이후 단종은 영월로 유배되었다.
영월 유배 이후에도 복위 시도는 이어졌다.
금성대군이 순흥에서 거사를 추진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그 여파 속에서 단종은 1457년 열일곱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어린 군주의 폐위와 유배, 죽음은 후대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단종은 비극적 군주로 기억되었다.
그러나 단종에 대한 평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698년(숙종 24), 조선 제19대 임금 숙종은 단종을 복위시켰다.
왕호를 회복하고 묘호를 단종으로 정했다.
이는 단종을 정통 군주로 다시 자리매김한 국가적 조치였다.
단종의 삶과 죽음은 국가 차원의 역사적 재평가를 거쳤다.
태백산 산신 전승 이어져…지역 공동체 기억으로 확장...
이러한 역사적 기억은 민간 전승으로 확장되었다.
태백 지역에는 단종이 태백산의 산신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영월 유배 중이던 단종에게 머루와 다래를 진상하던 추익한이 백마를 탄 단종을 만났다는 전설이다.
단종이 “태백산으로 간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고 전해졌다.
이후 영월 덕포리에 이르렀을 때 단종의 승하 소식을 들었다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이 전승을 통해 주민들은 단종의 영혼이 태백산으로 향했다고 믿었다.
음력 9월 3일 이곳에서 제사를 올렸다.
이는 단순한 추모 의례를 넘어 지역 공동체가 역사적 인물을 공간 속 존재로 받아들인 행위였다.
1955년 단종비각을 세운 일 역시 이러한 지역 신앙과 역사 인식을 가시화한 결과였다.
기록된 역사와 구전 전승이 만나는 지점에 비각이 자리했다.
오늘날 단종비각은 태백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잠시 걸음을 멈추는 장소로 남았다.
규모는 작지만 그 안에는 조선 왕조 정치사, 사육신과 금성대군의 복위 시도, 영월 유배의 비극, 태백산 산신 전승, 그리고 탄허 스님의 친필이라는 문화적 상징이 함께 담겼다.
최근 단종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관심을 끌었다.
대중문화는 역사적 인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했다.
관련 유적과 전승 역시 재조명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영월 유배지뿐 아니라 태백산 단종비각 역시 그 연장선 위에 놓였다.
태백시 관계자는 “영화가 불러온 관심이 일시적 흥미에 그치지 않고 단종을 둘러싼 역사와 지역 전승을 함께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했다”고 밝혔다.
태백산 단종비각은 국가의 기록과 지역의 기억이 겹쳐진 상징적 공간으로 남았다. 조선의 비극적 군주를 기리는 동시에, 지역 공동체 정체성을 품은 장소로 자리했다.
참고자료
국사편찬위원회,『조선왕조실록』, 한국사데이터베이스
김강산 저 『태백시지명지』, 태백문화원, 2014
환경부, 태백산국립공원사무소「단종비각 표지판 안내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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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돈 기자(hizonenews@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