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 무기계약직 여성노동자들 “우린 같은 일을 하지만, 같은 대우는 없다”

hizone-gesipan-sang.jpg

롯데칠성 무기계약직 여성노동자들 “우린 같은 일을 하지만, 같은 대우는 없다”

주성돈기자
동일 업무에도 수다 차별, 업무 전가 등 구조적 차별 지속...
 
롯데 칠성 "사실관계 확인 중...직장 내 괴롭힘 피해 호소와 공정한 근무환경.

 

2025년 10월 20일, 강원 원주 — “정규직과 똑같이 일하지만, 우리 임금명세서에는 빠진 수당이 많아요. 정규직은 받는 돈을 우리는 받지 못합니다. 

 

이유는 단 하나, 우리는 무기계약직이라는 겁니다.”

 

11인photo_2025-10-20_12-03-47.jpg

 

롯데칠성음료의 한 무기계약직 여성노동자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그는 수년간 생산라인에서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해왔지만, 근로계약서상 명시된 직무와는 다른 업무를 배정받는 일이 잦았다고 했다. 

 

추가 근무를 해도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고, 문제를 제기하면 ‘회사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으로 몰렸다고 토로했다.

 

이날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는 롯데칠성 원주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계약직 여성노동자들이 오랜 기간 부당한 처우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다고 폭로했다. 

 

노조는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똑같은 생산 업무를 수행하지만, 단지 고용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수당에서 제외되고, 부당한 업무 전가와 인격 모독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정규직 전환 요구를 묵살하고, 내부 문제 제기에 나선 노동자들에게는 불이익을 줬다”며 “폭언과 모욕, 퇴사 압박까지 이어지는 구조적인 괴롭힘이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회사는 문제를 조사하기는커녕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묵살하며 ‘사실 무근’으로 결론 내렸다. 

 

이는 명백한 사건 은폐이자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역시 “롯데칠성은 여성노동자들을 고용의 사각지대에 두고 있다”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임금·복지·인사에서 차별을 겪는 현실을 외면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또 “고용노동부는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즉각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가 공개한 진술서에는 폭언, 퇴사 강요, 소문 유포, 불합리한 업무 지시 등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이 다수 포함돼 있다. 

 

한 노동자는 “상급자가 ‘너 같은 사람은 회사에 필요 없다’며 모욕적인 말을 했다”고 증언했고, 또 다른 노동자는 “회식 자리에서 ‘무기계약직은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피해자들은 내부 신고를 시도했지만, 회사는 조사를 통해 “사건 불인정”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노조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묵살한 채 문제를 종결한 것은 명백한 부당행위”라며 “노동부가 직접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 노동자 A씨는 “매일 출근이 두렵다. 그래도 생계가 걸려 있어 그만둘 수가 없다”며 “우리가 바라는 건 단순하다. 

 

같은 일을 하면 같은 대우를 받고, 인간으로서 존중받으며 일하고 싶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현재 제기된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를 면밀히 확인 중”이라며 “직장 내 괴롭힘 방지와 공정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관련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회사는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모든 근로자가 안전하고 존중받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조 측은 회사의 이 같은 입장을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보고 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문제 해결 의지가 있다면 피해자 보호 조치부터 즉시 취해야 한다”며 “이 사안을 단순한 내부 갈등으로 치부하지 말고, 구조적인 차별과 성별·고용형태에 따른 불평등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개별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 하청·무기계약직 구조 전반에서 나타나는 ‘보이지 않는 차별’의 단면이라고 지적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무기계약직은 정규직과 달리 임금·복지·승진 등에서 제도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며 “특히 여성 무기계약직은 조직 내 위계 구조와 성차별이 겹쳐져 이중의 차별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롯데칠성 본사와 고용노동부 앞에서 연속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또한 전국의 롯데 계열사 무기계약직 노동자들과 연대해 공동행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이 싸움은 단지 한 공장의 문제가 아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여성이기 때문에,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훼손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싸움”이라며 “노동부가 실질적 조사를 통해 차별을 바로잡고, 기업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들은 여전히 그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라인, 같은 일. 그러나 그들의 명세서와 마음에는 여전히 ‘차이’가 남아 있다. 
 
그 차별이 끝나기 전까지, 그들은 말한다. “우린 그저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 같은 존중을 받고 싶을 뿐이다.” 

 

 

 

실시간 지역 소식전국 언론의 지역 뉴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신문

 

하이존뉴스(hizonenews.com)는 독자가 선택하는 가장 편안한 언론입니다.

하이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제보/광고 문의 010-8990-4952

주성돈 기자(hizonenews@daum.net)


저작권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BY-SA)

저작자와 출처 등을 표시하면 영리 목적의 이용이나 변경 및 2차적 저작물의 작성을 포함한 자유이용을 허락합니다.단2차적 저작물에는 원저작물에 적용된 라이선스와 동일한 라이선스를 적용해야 합니다.
0 Comments

최근글


새댓글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