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시, ‘생명나눔 희망의씨앗’ 캠페인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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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시, ‘생명나눔 희망의씨앗’ 캠페인 전개

주성돈기자

장기·조직 기증 인식 확산 위해 시민 참여 독려

한국 장기기증률 여전히 낮아 사회적 공감대 필요


태백시가 오는 9월 8일부터 12일까지 ‘생명나눔 희망의씨앗’ 캠페인을 진행한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지자체가 매년 공동으로 여는 이 캠페인은 장기와 인체조직 기증, 그리고 기증희망등록 참여를 알리기 위한 전국 합동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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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시는 보건소와 철암보건지소, 장성건강생활지원센터 등 3개소에서 장기기증 절차와 등록 방법을 상담받을 수 있도록 하고, 홍보물품을 선착순으로 제공한다.


단순한 홍보 행사를 넘어 시민이 생명 나눔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다.


‘희망의씨앗’이라는 명칭은 씨앗에서 새싹이 자라나듯, 장기·인체조직·조혈모세포 기증이 또 다른 생명을 싹트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보건소 관계자는 “장기기증은 누군가에게 삶을 다시 시작하게 하는 위대한 선택”이라며 더 많은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호소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국의 장기기증 등록률은 선진국과 비교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최근 5년간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기증을 기다리는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실제 기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장기를 기다리는 환자는 3만 명을 넘어섰지만, 실제로 이식 수술을 받은 사람은 4000여 명에 불과했다. 수요와 공급의 간극이 여전히 큰 것이다.


이 같은 불균형에는 사회적 인식 부족이 자리한다.

장기기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종교적 이유, 가족 동의 과정의 부담 등이 기증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기증 절차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교육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유가족이 기증을 결정해야 하는 현실적 부담은 기증 의사를 사전에 등록하는 제도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이번 태백시 캠페인은 바로 이 지점을 공략한다. 단순한 홍보를 넘어 기증 절차를 직접 안내하고 희망 등록을 지원함으로써, 시민이 ‘언젠가 생각해볼 문제’로만 여겼던 장기기증을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선택으로 다가오게 한다.


또한 소도시에서 이 같은 캠페인이 열리는 것은 의미가 크다.

수도권이나 대도시 중심이 아닌 지역 사회에서부터 생명 나눔의 가치가 확산될 때 전국적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은 장기기증률 제고가 시급하다. 스페인, 미국 등에서는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제도와 문화 정착으로 기증률이 높다.


스페인은 ‘옵트아웃 제도(자동 기증 동의제)’를 도입해 뇌사자의 대부분이 장기기증자가 된다. 미국은 운전면허증 발급 시 기증 의사 등록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가족 동의 절차가 필요하고,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미흡하다.


따라서 태백시의 이번 캠페인은 단순히 1주일간의 행사로 끝나서는 안 된다. 시민 교육, 지속적인 홍보, 제도 개선이 병행될 때 장기기증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다.


학교 교육 과정에 생명 나눔의 가치를 포함하거나, 기증 의사를 쉽게 표시할 수 있는 행정 절차 개선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기증자가 남긴 숭고한 결정을 사회가 존중하고 기리는 분위기가 정착돼야 한다.


생명 나눔은 거창한 영웅적 행위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선택이다. 태백시가 시작한 ‘희망의씨앗’이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된다면, 더 많은 환자가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생명은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이며, 기증은 그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숭고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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